파란에서오다,

푸르른 날,

미친자유 2012. 6. 2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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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 온 뒤안길

습한 담벼락 그림자 같은

수많은 날들을 지나 왔지 싶습니다

 

 

해방을 겪고

한국전쟁 장질부사 속에서도

살아내라는 운명이었지 싶습니다

 

 

끼니 마다, 감자, 보리를 넣었더라도

그 밥의 힘으로 유신을 넘었습니다

 

 

 

부모님 육신 흙속에 묻어

눈물 흘리던 날에도

 

살아내야 했던 이유는,

부모님 짝지워 준,

남편과 줄지어 낳은 여섯 남매의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딸 다섯 내리 낳고,

마지막에 낳은 국민학교 다니던 아들이 찾는

축쳐진 내 젖가슴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내도 제 짝을 찾아

둥지를 틀고

며느리 배안에 내 손주놈 커가고 있습니다

 

 

 

폭폭 끓인 된장찌게에 김치 한 접시를 놓아도

아무 말 없이 먹어주는 영감된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려합니다

 

 

 

 

습한 그림자들 지나 온 줄 알았었는데,

그림자가 존재하는 것은,

푸르른 하늘의 햇살이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새벽아침밥, 일곱개의 도시락을 싸던 그 시절에도

자전거 타던 아들네미, 자동차와 스쳐 사고났던 그 날에도

첫딸네미 시집 보내고 울고 들어오던 그 날에도

넷째네 미국으로 이민보내고 서운했던 그 날에도

정년퇴직하는 남편의 퇴임식장에서 몰래 눈물훔치던 그 날에도

 

 

푸르른 하늘, 푸르른 날들이 더 많았기에

그 많은 눈물 말리웠지 싶습니다

 

 

**

 

 

얼만큼 더 걸어야,

내 영혼 내 육신

無의 공간으로 돌아갈지 모를 일입니다

 

 

뒷짐지고 가던 손,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 봅니다

올 해의 가을하늘은 유난히도

푸르릅니다

 

 

**

 

 

이천사년 시월의 마지막

푸르른 날,

당신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2004/10/31

 

 

- 미친자유

 

 

 

**  글자이야기는 담덕님의 사진속 모델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푸르른 날 / 송창식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