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서오다,
가을비 오다,
미친자유
2012. 6. 29. 01:29
보름을 넘게 이 비를 기다렸나 봅니다
건조(乾操),
가을의 건조했던 하늘에
적어 보냈던, 그날의 편지가
오늘의 비로
이제는 지워졌으리라 안심을 합니다
가을비가 온다하여,
자주 가는 사진매니아님들의 블로그를
검색했지만,
비 맞는 낙엽의 모습은 없더군요..
이 비를 기억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셔터를 눌러 봅니다
신호등에서 대기하는 차량의 불빛들,
어김없이 지나가는 마을버스,
건너편 아파트에는 아직도
깨어있는 가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을비를 바라보다,
뛰러 나가지는 못했지만,
이 비를 추억하려,
이 밤중에 샴푸를 했습니다
물기가 사라져 건조해 지는
긴 머리카락을 코끝으로 가져 옵니다
흐릿한 샴푸냄새가 느껴 집니다
**
날이 밝으면,
나뭇가지 대롱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떨어져
하루를 시작하는 많은 님들의
발자국을 흡수하겠지요...
미화원아저씨들,
싫어라 싫어라 하는 낙엽이겠지만,
내일 하루만
그냥 그대로 두시면 안될까 하는
어림없는 바램도 가져 봅니다
이 비 그치면,
바람따라 배영하는 낙엽들로
교정의 연못이 가득 채워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곳엔 비가 옵니다
님 계신, 그곳은 어떠한지요...
2004/11/02
- 미친자유
- photo by astraa
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