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서오다,

저문강에 삽을 씻고,

미친자유 2012. 7. 1. 05:27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오랜만에 커피를 한 잔 만들어 앉았습니다

건조한 일터에서는 목을 축이려

하루 다섯 잔 이상을 마셨었고

 

백수가 된 이후에도

컴퓨터로 글자 채우면서

커피 너댓잔을 홀짝거리는 일이

일상의 탈출이었습니다

 

 

지난 며칠 커피를 대신한 것이

대추를 넣고 팔팔 끓인 물이었습니다

그걸 대추차라고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저문 강에 삽을 씻으며

자신을 돌아 본 시인,

 

사이버 공간 글자를 채우며

커피 한 잔에 나를 돌아 봅니다

 

 

적나라한 지난 며칠의 느낌을

저문 강에 흘러보낼지,

이곳에 담아야 할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인적없는 사람들의 마을,

파란으로 돌아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2005/01/31

 

 

- 미친자유

 

 

쫀쫀하게 겁이 많은 미친자유,

그래도 메인화면에서 탈출했으니,

 

용기를 내어 Ogatta님의 블로그에서 삽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