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돌아보기,

벽속의 요정, 막공을 함께하다

미친자유 2012. 11. 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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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것은 아름답다는 희망의 요정!
[벽속의 요정]을 연기해준 배우 김성녀님 ♥
오늘은 당신이 나의 스테카치셨습니다.

2012/10/28

(페이스북에 적은 메모)

 

 

최근 몇 년간 내가 본 연극중 최고의 무대였다.

출연 배우들 대사치는 타이밍이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고,

배우가 대사에 몰입하여 극중 상황보다는 너무 빠른 대사를 쳐서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는데,

 

극중 32인 역할을 해내며 에너지를 쏟아내는

김성녀님의 연기에는 기립하여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초연 후 올해의예술상, 동아연극상 등을 받았으며

스페인 내전 때 실화를 일본 작가가 쓰고,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현실에 맞게 고쳤다고 한다.
2011년엔 공연 전문가 선정 ‘죽기 전에 봐야 할 공연 베스트 10’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소월아트홀 객석 중간에서 등장한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안녕!"이라며 인사를 건네며 극을 시작한다.

"외로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공연장에 사는 귀신에게 건넨 인사"라고 한다.

관객들은 귀신이 아닌, 요정이라며 화답을 한다.

 

 

극중 다섯살에서 시작한 그녀는 벽속에 살던 [벽속의 요정]을 스테카치라고 부른다.

엄마가 행상을 나간후 비바람이 몰아치던 저녁 혼자 남겨진 그녀에게

스테카치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련 노래도 가르쳐준다.

 

한국전쟁 당시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 인사로 몰리게 된 상황에서 그는

아내가 만들어 준 그만의 공간 [벽속]에서 그리고 이사간 집에서는 [벽장]에서 평생을 보낸다.

 

밤이 되면 방으로 나와 아내와 함께 베를 짜는 일이 그가 하는 일이다.

딸의 졸업, 심지어는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없는 스테카치.

 

교사를 꿈꾸는 딸의 장래를 위해, 살아있는 자신을 사망신고하라 말을 하고

벽 속에서 사윗감의 목소리로 대면을 하며 평생을 벽 속에서 지낸다.

 

벽속에 있으면서 자신을 향해 말하는 이웃사람들의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스테카치에게 아내는 <화가나면 차라리 나를 때려요>라고 말한다.

새집에서 불이 나던날, 벽장 속에 있던 스테카치를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도 등장한다.

 

 

새집으로 옮기는 날,

비가 왔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는,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부부의 애틋한 심정을 그녀는 우산을 쓴 모습으로 묘사를 한다.

그 장면에서 아내가 부르는 노래는 공연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딸은 발걸음을 멈추고 벽속의 스테카치에게 말한다.

 

잠깐만, 두고 온 게 있어.

아빠, 거기 있어?

 

시절이 바뀌어 40여년만에 벽장에서 나오게 된 스테카치는

사위와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아스팔트를 걷는다.

그 느낌에 대한 묘사도 절절하다.

 

 

스테카치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아내는 그에게 세례 받을것을 권하지만,

그는 담담히 말한다.

 

<용서는 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는 하느님보다 인간의 사랑을 믿어요. 나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요.>

 

그는 평생 벽속의 남편을 바라봐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스테카치가 아내에게 표현한 처음이자 마지막 감정표현이다.

아내와 딸의 스테카치를 향한 감정은 극중에 가끔 등장한다.

 

 

 

 

무거움의 연속일듯한 연극 속에는 또다른 연극, 그림자극이 삽입되어 있다.

12월 모두가 행복하다는 농부, 불평불만 투성이의 농부가 등장하여 긍정의 힘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극중 아내는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에게 희망의 계란을 팔면서 관객과 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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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 그녀는 말한다.

 

연극의 3요소에는 관객도 있다.

관객 여러분이 있어, 연극은 이루어진다고......

 

[벽속의 요정]을 정리하며 잊지 않고 싶은 말,

살아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살아있다는건 아름다운것

 

그리고 세상에는 나의 요정들이 많다는 믿음 ^^

 

 

그리고, 가입한 카페에 댓글로 밝힌 나의 생각들

 

 

나는 결혼전 아버지를 여의어, 그 순간에 더 울컥했던 모양이야.

나 역시 식장에서 어딘가 아버지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

그리고 주례사 들으면서 장갑이 다 젖도록 펑펑 울었단다 ㅋㅋ

사람들의 사랑을 믿어.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요정 또는 마니또 같은 존재를 품고 사는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가장 큰 요정은 바로 자기 자신일거라는 브라우니 생각~ ㅎ

 

맞아요. 그 장면에서도 울컥하더군요.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의 역량도 있었겠지만,

그 한 장면에서도 우리들 사는 모습이 투영되는것 같아서..

그래서 애틋하게 보았던 것 같아요. 남편 손잡고 걸어본게 언제였는지..어즈버 ㅋㅋ

 

나가수에서 부른 아버지 감동적이었지 ㅎ

이 세상 아버지들에게 딸이라는 존재는 다 그럴것 같아.

딸에게 아버지 존재가 그러하듯..

남편과 싸우는중에도 이 세상 내편으로 아부지가 생각나더군 ㅋㅋ

서로에게 보석같은 존재 부녀지간~~

 

글고 연극에서 보여주는 부부지간보면서도 생각을 좀 했는데,

지금의 나라면 그 아내처럼 벽속의 남편을 기다릴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꿈꾸던 부부상은 백발이 되어도 손잡고 야트막한 산길을 걷고

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차 한잔을 나누는 것이라는것은 밝힐수 있겠당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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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촬영이 안되어 공연후 관객과 대화하는 그녀를 촬영했음을 밝혀둡니다.

 

 

 

 

 

 

카리스마와 온화함 모두를 갖춘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고맙습니다를 말하는 배우 김성녀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관객

 

 

 

 

 

그림자극의 마술사들과 분장 스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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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 아이넷맘이 선물한 곱창과 눈물 소주

공연을 두고 이어진 토론 ^^

 

 

 

 

 

내게 찾아 온 가을

이런 모습으로 객석에 앉다

 

 

 

 

그리고 벽속의 요정 홈페이지에서도 몇 장의 사진을 옮겨왔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