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억새와 연애하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고인이 된 가수 고복수님의 노래는 김희갑님도 즐겨 불렀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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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새’는 새(鳥) 이름이 아니고 억새의 방언이라고 한다.
가을 바람에 리듬 맞추어 군무를 추는 명성산 억새,
명성산의 또 다른 이름, 울음산의 으악새와 연애를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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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3주 앞둔 아드리가 마음에 자꾸 걸렸다.
그래서 몇번을 물었다.
내가 없어도 혼자서 잘 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걱정말란다. 3주전인데 설마 자기가 딴짓 하겠냐고 했다.
그래도 나는 너를 믿을 수 없다며 잠이 들었었다.
아침 5시에 물을 마시러 나온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엄마 마음대로 하란다.
그래? '안가련다' 마음먹고 다시 잠들었는데
딱 6시에 눈이 다시 떠진것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산길 걷기가 가능할까?
요즘 사추기 현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생각을 한다
나에게 얼만큼의 시간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랄까
뭐 그런 생각들이다
하루 종일 세 초이들 내보내고
혼자 소파에 옆구리 붙이고 돌려누워가면서
드라마 재방이나 볼게 뻔했다.
그래서 나가기로 했다.
나에게 다시는 없을 2013 가을 억새를 만나러!
집에서 7시 15분에는 나가야 버스시간에 맞출 수 있기에
정말이지 소머즈 손이 되어
세 끼 식사 셋팅하고
초이 도시락 준비하고
결국 머리감을 시간은 안되어 고양이 세수만 하고
컴퓨터 코드를 빼서 숨기고 집을 나섰다.
2013/10/20
- 처음처럼
약사령 - 명성산 - 삼각봉 - 팔각정 - 자인사로 내려왔다
7시간 정도를 걸었다 (파란선)
일행들은 팔각정에서 등룡폭포쪽으로 하산했다 (빨간선)
자인사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높은 돌계단이라
길은 험했지만, 등룡폭포쪽보다는
하산 시간이 20여분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다
덕분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처음으로 타는 것을 경험했다 ㅋ
설악 공룡능선을 넘으며
돌계단 훈련을 빡세게 한 탓인지
나의 무릎은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어'라며
적응해 주었다 ㅋㅋ
점심식사는 명성산 정상 직전 세갈래 길 뙤약볕에서 했는데
나는 계란말이 몇 개와 와인 한 잔에 오디주 한 잔을 마시고
일행들은 대부분 팔각정으로 바로 하산한다하여
배낭 내팽개치고 나홀로 정상에 다녀왔다.
명성산은 철원평야의 동남단을 위압하는
해발 923 미터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산맥에 속하며 건축석재인 홍광석이 산전체를 이루고 있다.
울음산으로도 불리는데,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울었고,
왕건에게 쫓겨난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산기슭에서 터뜨린 통곡이
산천을 울렸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명성상 정상은 철원에 속해 있고, 억새 군락지는 포천땅이라고 한다.
**
핸폰으로 담아온 몇 장의 사진들,
중앙에 보이는 이상한 길은
전차 훈련장이라고 한다
1년에 한번쯤은 대통령을 모신다고
한 두달에 한번쯤 멋진 사진을 담아주는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니콘군이다
니콘군이 일행들을 담는 동안
나는 억새를 배경으로 셀카질
가을 바람에 군무를 추는 으악새를 가로지르며 걷는 일행들
사람이 있어 이쁜 그림이 되었다
등산코스 안내지도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
멀리 보이는 산이 각흘산이라 했다
나홀로 정상을 찍었다 923미터
삼각봉을 지나서
산정호수가 보인다
팔각정에는 이런 우체통이 있다
편지를 넣으면 1년후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준비해서 갈걸 그랬다
팔각정 정상석은 922.6미터
현위치를 말해 주는 표지판이다
나는 빨간 화살표로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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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하는 일행들에게 담겨진 풍경들이다
무조건 많이 찍히자는 마음으로
카메라 반경 3미터를 벗어나지 않았다 ㅋ
약사령 직전까지는 저런 민밋한 흙길을 40여분 걸어야 한다
이 포인트도 정말 이뻤다
처음처럼도 보인다
이런 계단도 한 두번 있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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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턴 엄청난 원샷이다 ㅋㅋ
Life is comedy
이런 길도 줄지어 걸었다
두건으로 나찾기는 참, 쉽다
여배우처럼 후광포샵처리를 ㅎ
저 두건이 내가 가진 등산용품중 제일 핫하지 싶다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이런 느낌 조으다
따리가 잘하는 포즈를 따라해 봤다 ㅋ
웃을라 말라
억새들판에서
모두 같은 포즈가 싫어서 도전~
가로모드가 제대로 나왔다
데스크탑 바탕화면으로 깔았다 ㅎ
이 포인트에선 저 바위에 두 발 다 올려졌어야 한다
구담봉 옥순봉 산행 이후 겁이 생겨
양발 올리기는 포기했다
양발 올리기, 뒤에서 보면 이런 풍경이었다
사진을 찍히고 내려오는 처음처럼
양발 안올리기 정말 잘했다 ㅋ
구름이 이쁘다
어설픈 날기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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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다녀오니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정리중이었다
백지영 신혼여행 사진 따라하기 놀이를 했다
산길에서 늘 보호자인 16년친구가 상대역이다 ㅋ
사진 속 글자는 내가 적은 것이 아니다 ㅋㅋ
딸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엄마가 잘 찬게 아니라 아저씨가 제대로 뛴거라고 했다 ㅋ
내가 발차기도 잘하는구낭 ㅋㅋ
이번엔 어퍼컷 ㅋㅋ
사진으로 보니 재미지다
삼각봉을 지나
같은 지점, 귀여운척 ㅋ
위에서 본 팔각정 모습이다
어정쩡하네 ㅎ
바람도 제법 불었다 옷을 보니
팔각정 앞에서 다시 모델놀이
억새풀 하나 꺽어 들었다
그리고 두건 뒤로 억새풀 비녀를 꽂았다
억새 비녀가 구름으로 잘 안보이지만 그래도 ㅎ
다른 포즈로
산정호수가 보이는 지점에서
긴 산행에서 엔돌핀 역할을 하는 일산녀이다
그녀와 함께 걷는 길은 계속 웃음이 나온다 명물이다 ㅋ
쪼매난 년이 카메라 들고와서 우꼈다는 고백을 듣고
발라당 넘어갔던적도 있다
이젠 배낭무게 줄이느라 카메라는 핸폰으로 만족한다 ㅋ
단풍이 이쁘다
등룡폭포를 향하는 일행들이다
아래에서 본 팔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