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끝내고 미련없이 떠난 신해철,
무한궤도로 내게 왔던 신해철님이 10월 27일 떠났다.
노란손수건을 들고 희망을 노래했던 그가 생전 자신의 장례식장에 울려퍼질 노래라며 언급했던 곡,
민물장어의 꿈(99년 11월 발표)을 보관하려 한다.
철학과 출신다운 가삿말이 인상적이다.
47년 긴 여행을 끝내고 미련없이 떠나버린
나의 젊은날을 함께했던 그가 떠나는 길이 아름답길 소망한다.
그렇게 이렇게 함께했던 누군가를 먼저 보내고..
나도 먼저 떠나는 날이 있겠지..
내가 떠나는 그 날도 아름답기를,
2014/10/29 새벽을 열며
내 눈물을 내 입장에서 이해하고 함께 울어준
두 여인에게 감사함도 이곳에 저장해 둔다.
- 처음처럼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