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각 &

체벌전면금지 관련, 곽노현 교육감님께서 주신 서한문,

미친자유 2010. 8. 31. 19:54

 

 

 

 

 

 

공청회를 계획하고 연기하다가, 취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언론 보도에서 보았었는데, 어디에서 보았는지, 다시 찾아보니 찾기가 어렵다.

내용은 공청회를 계획하고도 하지 않은 것은,

결정을 이미 한 후에 의견을 듣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줄 우려 때문이었다는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님의 말씀이었다.

취소통보를 받고, 내가 짐작했던 이유가 맞았었다.

 

그리고, 최근의 기사에는 곽노현 교육감께서

<교육 당사자간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취소지시를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여론수렴은 한 물 건너간 듯하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게시된

<학부모>도 아닌 <부모님들께 드립니다>로 시작된

곽노현 교육감님께서 학부모를 포함한 부모님들에게 주신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요즘 직업란에 당당하게 <학부모>라고 적는다.

교육감님께서는 학부모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피하신것 같다.

교육청 홈페이지 <학부모서비스>도 <부모서비스>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서, 광고 중요하다.

더구나 <공익광고>는 더욱 그렇다.

 

당사자간 이해가 필요하다니, 이해를 시작해 볼까 한다.

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나는 대다수의 말없는 선생님들께서 행복한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오늘 역시 꿈꾼다.

 

문명세계의 보편적인 상식을

왜 일방적으로 명령하시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선생님들 자존심을 걱정하시면서도 왜 일방적인 결정을 하셨는지 그 또한 의문이지만 말이다.

 

 

- 처음처럼

 

 

 

 

 

 

 

 

 

 

            부모님들께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특별시교육감 곽노현입니다.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를 쓰면서 요즘 나오는 공익광고를 떠 올립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우리 부모님들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안고 있는 구절입니다.

그 광고를 보며 저 역시 마음 한 부분에 가시가 박힌 듯 편치 않고,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감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우리 서울교육은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가꿀 수 있고

이루어갈 수 있는『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서울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고 맛있는 점심을

무상으로 먹을 수 있고, 교육여건이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인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7월 19일, 우리 교육청은『학교체벌 전면 금지』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하였습니다.

2학기부터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장력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체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제 서울시교육청이 실질적인 체벌금지에 앞장서려 합니다.

'사랑의 매', '교육적 필요'라는 미명아래 이어진 체벌의 역사를 끝내려 합니다.

 

부모님,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부모님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신문과 방송 뉴스에 그치는 것만이

아님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께서 교육적 체벌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아이들을 엄하게 매로 다스려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학교체벌은 학생들에게 억압과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악습입니다.

체벌금지는 이미 109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거역할 수 없는 문명세계의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부모님!

선생님들을 격려해 주십시오. 앞으로 체벌이 금지된 학교 현장은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 있고

선생님들께서 감내해야 할 고통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청은『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만들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체벌 전면 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 부모님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가정의 도움이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가정에서 아이들과 열린 대화를 통해 책임과 자율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들의 노고와 소중함을 자녀들에게 일깨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모님!

우리 교육청의 체벌금지는 아이들을 존중하고 믿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만에 하나 선생님들이 상처입고, 선생님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고,

교권이 위협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교권은 아이들을 위해 보호되고 지켜져야 합니다.

교권이 손상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교육을 위한 정열도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선생님들을 향한 부모님들의 무한한 신뢰와 지원, 따뜻한 격려가

선생님들에게서 더 큰 사랑과 헌신을 끌어낼 수 있음을 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각 가정에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기원드리며,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라는 이 역사적 과업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2010. 8. 23

 

서울특별시교육감 곽 노 현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보낸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단단하게 영글고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있기를 기대합니다.

2학기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선생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학창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사랑과 격려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가 되었고, 말씀과 행동으로 보여 주셨던 가르침

하나하나는 삶의 지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작은 몸짓마저도 며칠 동안 되새기며

생각했던 기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는 향기와 그 흔적은 아주 오래 남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 경험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선생님,

지난 7월 19일, 우리 교육청은 2학기부터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여 학창시절을 되돌아 볼 때, 그 추억 속에 체벌의 쓰라린 상처와 얼룩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교육적으로 체벌이 필요하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교육이란 우리 학생들이 깜깜한 곳에서 빛으로 나가게 하는 것,

그래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우정과 환대를 경험하고,

감동과 기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체벌은 아이들에게 어둠의 공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며, 자율이 아닌 강제에 길들여지게 하는 것입니다.

 

체벌금지는 이미 109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대정신입니다.

 

체벌이 금지된 우리의 학교 현장이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체벌금지를 내세우며

버티고 대드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며, 그런 아이들을 보며 화가 나고 절망감마저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마음고생이 심하실 수 있습니다. 교육감으로서도 몹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스승의 길이 얼마나 많은 절제와 인내가 요구되는 힘든 여정인지요. 얼마나 큰 기대가 주어지고,

얼마나 긴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길인지요.

 

존경하는 선생님!

지금 당장 체벌금지로 인한 혼란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우리 함께 학생들을 믿고 시작해야 합니다.

학생이 자신들의 생활규정을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도 우리 교육자들의 몫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교육의 새 역사를 함께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을 담아서 마련한 것이라도 선생님들의 신뢰와 지지가 없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입니다. 선생님들의 의지와 노력만이 참여와 소통으로 이루어가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난 뒤, 체벌이 없어진 우리 학교현장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가슴 벅찬 순간을 상상하며 우리 함께 같은 꿈을 꾼다면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자꾸 무거운 짐을 선생님들의 어깨 위에 지우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지금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곧 가시화시키겠습니다.

 

저는 우리 선생님들의 저력을 생각하면서 성공을 확신합니다. 마음을 모아 2학기부터 시작하는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를 위해 노력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앞서가는 희망찬 서울교육을 열어가는 주역입니다.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막바지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웃음 많은 나날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2010. 8. 23

 

 

서울특별시교육감 곽 노 현

 

 

 

 

 

 

 

 

 

 

 

 

 

우리의 꿈과 사랑인 서울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집 근처의 학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 골대에 공을 날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근육에도 힘을 느끼게 합니다. 재잘거리며 무리지어 다니는 여러분에게서

싱그러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옵니다.

 

여러분들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퍼져나가야 합니다.

두 팔과 다리를 더 많이 움직여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십시오.

저는 여러분들이 언제 가장 행복할까, 학교생활 중 어떤 일들이

여러분들을 신나게 만들까를 늘 생각합니다.

 

학생들마다 다르겠지요.

운동을 하는 것이 신나는 사람도 있고, 노래를 부를 때, 악기를 연주할 때, 연극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게임을 할 때, 여행을 할 때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공부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여러분들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즐겁게 드러내고, 서로를 인정해 주고,

자신을 소중하게 키워갈 수 있는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서울교육의 희망입니다.

그런 학교가 되기 위해서 우리 교육청과 학교 선생님들은 지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의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입니다.

2학기부터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선생님들은 사랑의 매를 들기도 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선생님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하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에게도, 어떤 경우에도 선생님들께서 체벌을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선생님의 체벌을 통한 지도가 자칫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 친구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학기부터 실시되는『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에 담겨진 뜻을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에는 여러분을 향한 우리 선생님들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체벌이 없더라도 여러분들이 규정을 스스로 만들고, 자율적으로 학교 내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한 편으로는 걱정입니다.

여러분이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나쁜 행동을 제지해도 말을 듣지 않고,

심지어는 많은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대들기까지 하며 무례하게 행동하는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들다고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자거나, 휴대폰이나 들여다보고 있고, 대드는 것이

자유일 수는 없습니다. 무례하고 폭행과 비행을 저지르는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들이 선생님과 함께

힘을 모아 그 친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합니다. 누구나 때로는 혼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향한 선생님들의 믿음이 실망으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들의 믿음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할 때, 여러분들은 앞으로 더 큰 믿음을 얻을 수 있으며,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바른 길을 걷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해야 할 사람 또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참된 주인이 되는 길은 자율적으로 정의롭게 행동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체벌이 사라진 학교에서 선생님과 여러분들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롭고

활기찬 학교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저는 여러분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리라 믿습니다.

 

자랑스러운 서울 학생 여러분!

『체벌없는 학교』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여러분들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선생님들을 존중할 때, 학생 여러분들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매일매일 아름다운 꿈과 좋은 생각으로 자신을 멋지게 가꾸어가길 바랍니다.

 

 

2010. 8. 23

 

 

서울특별시교육감 곽 노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