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앵커 고별사 <나의 mbc>를 클로징합니다,
2009년 4월, MBC 뉴스데스크 앵커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신경민 앵커는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라는 책을 연말에 출판했었다. 책에는 2009년 1월1일 KBS 제야방송을 비판한 코멘트와 2007년 7월17일 대선 과정에서 올바른 지도자 상을 밝힌 코멘트 등 5백여 개의 클로징 코멘트를 하게 된 과정, 배경 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코멘트에는 그가 겪었던 30년 기자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으며, 1987년 법조 출입기자 시절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군의 물고문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경험과 그때 느낀 단상들이 22년의 세월을 거쳐 클로징 코멘트로 살아난 것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신경민 앵커는 책의 말미에 <갑작스러운 앵커 하차로 방송 기자로서 침묵하게 됐지만 내가 지닌 생각과 주장이 언론의 어디에선가 메아리로 울려나오기를 바란다>며 <생각 깊은 후배 기자와 앵커가 제대로 된 마이크와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희망해본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일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그랬던 그가, 28일 기자 생활 마감을 앞두고 보도본부 게시판에 <작별인사> 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고 한다. 문화교양 프로인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가 폐지되는 시점에서, MBC 노동조합이 밝힌 김재철 MBC 사장과의 1문 1답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공영성을 포기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더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 돈도 있어야 한다>며 <지금 시대가 그렇다. 돈이 있어야 드라마 작가도 잡고 특종상도 더 주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폐지된 시간대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등 오락 프로그램이 편성된다고 한다. 하여 신경민 앵커가 mbc와 후배들에게 남긴 말은 더욱 가슴이 아프다. 시청자인 나 1인 역시, mbc를 끊게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 처음처럼
이하는 신경님 앵커가 남긴 <작별인사> 전문 =============================================
저는 10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기자 30년을 마감합니다. 81년 초 입사 이후 정신없이 지내왔습니다. 9월 초부터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시작했고 고려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에 재입학해 당분간 선생과 학생 신분으로 지내게 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메인 앵커 발령과 387일 만의 교체로 명예와 명성을 얻었지만 제 활동과 관심은 취재와 편집, 방송 체제와 한국 사회의 자유와 민주에 집중했습니다. 원칙을 지녀가기 험난한 시대에 공적, 사적 고초를 겪으면서 인간과 방송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작은 원칙 몇 가지에 지탱했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녀가면서 대과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점은 행운이었고 운명의 나침반과 함께 회사와 선후배들의 도움에 의지한 것입니다.
우리 인생이 항상 그러했듯이 한국 사회, 언론, 방송, MBC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언론의 미래는 ‘content와 contact’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분석에 공감합니다. 또 올바름이 항상 세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 진실’은 분명합니다. 70, 80년대를 몸으로 겪어온 세대로서 말하자면, 숨 쉬는 현실이 매우 불확실할 때에는 원칙을 지키면서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키워나가는 방법 이외에 뾰쪽한 묘수가 없지요. 이 점이 잊지 말아야 할 현실적 진실의 다른 면이고 최소한 생존할 수 있는 기초이며 언젠가 필요하게 될 언론과 언론인의 자질입니다.
능력 있고 엄청나게 좋은 “captain, oh my captain”은 아니더라도 그저 그렇고 그랬던 선배가 아니었기를 빌면서 저 역시 불확실한 미래로 들어갑니다. 다만 언론과 방송,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끄지는 못하겠지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개인적 작별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볼 테니 부디 함께 하도록 합시다. MBC와 법적 의무, 책임의 끈은 1년 남았지만 사실상 이것으로 ‘나의 MBC’를 클로징합니다.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