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각 &

도전, 서술형 문제풀기

미친자유 2010. 4. 16. 12:41

 

 

 

 

 

 

 

 

  나는 박완서님의 글을 참으로 좋아한다.

  사람냄새가 나는 글이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작가님의  세상바라보는 시선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박완서님의 글을 통해, 내 어머니 시대를 읽어내고,

  어렵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을 동경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말 사준 아이의 참고서를 보던 중,

  중학교 1학년 딸내미 국어 교과서에서

  박완서님의 <자전거도둑>을 발견했다.

  교과서에는 <자전거도둑>과 함께 위기철님의 <아홉살인생>이

  '소설 속의 삶과 갈등'이라는 단원 제목 아래에 있다.

 

  <아홉살인생>은 큰 아이가 여덟살에 읽기 시작하여 몇번을 본 책이고,

  <자전거도둑>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읽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읽은 책도

                                                       다시보기를 즐겨하는 편이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는 놈이다.

초등학생이 읽는 <어린왕자>와 어른이 읽는 <어린왕자>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나이를 먹어가며 읽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그 녀석은 알고 있다.

 

아무튼 이미 읽은 책들을 교과서에 보니, 반가움과 놀라움 자체였다.

하지만, 글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법, 갈등요소.. 등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갑자기 너무 어려운 접근이 아닌가도 싶다.

 

글을 글 자체로, 느낌대로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 어릴적 국어시간을 기억해 본다.

그래.. 나도 빨간 볼펜으로 밑줄 긋고, 토를 달며 배웠던 기억이다.

 

 

사지선다형 문제에 마지막 문제가 주관식으로 한 두개 나왔던 기억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아니다.

보다 심도 깊은 주관식 문제를 풀어야 하며,

올해부터 서술형문제출제의 비율이 늘어난다고 하니,

걱정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 날, 형은 읍내에서 온 순경한테 수갑이 채워져 잡혀갔다. 형은 악을 쓰며 변명했다.

  "2년 만에 빈손으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었단 말이야!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단 말이야!"

  그래서 읍내 양품점을 털어 돈과 물건을 훔친 것이다. 다음에 수남이가 큰형을 본 것은

읍내에 현장 검증인가를 나왔을 때다. 도둑질한 것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해 보여 주는 것인

데, 딴 구경꾼들 틈에 섞여 수남이는 덜덜 떨면서 그 장면을 봤다. 그 도둑놈과 형제간이란

게 두고두고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아버지는 화병으로 몸져눕고,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수남이가 지난날 형이

그랬던 것처럼 서울 가서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말리지 않았다.

문지방을 짚고 일어나 앉아서 띄엄띄엄 수남이를 타일렀다.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도둑질은 하지 마라, 알았냐?"

  그런데 오늘 수남이는 도둑질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수남이는 스스로 그것은 결코

도둑질이 아니었다고 변명을 한다.

  그런데 왜 그때, 그렇게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인가? 문제는

때의 그 쾌감이었다. 자기 마음속에 도사린 부도덕성이었다. 오늘 한 짓이 도둑질은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어쩌면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일이 자기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너 운 텄다.”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아,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 박완서, “자전거 도둑” 중에서

 

 

[문제] 수남이의 마음속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는 표현을 본문에서

          찾아 쓰고 그 표현이 의미하는 행동이나 심리의 변화를 두 개의 문장으로

          어법에 맞게 서술하시오.

 

          

 

 

자, 이 문제에 답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

박완서님을 좋아하는 나도 이 문제를 보고 숨이 막혔다.

 

각양 각색으로 적혀진 답안지를 선생님이 채점하기도 보통 일은 아니겠다.

386세대의 채점은 답안지에 해답번호 구멍내서 보이는 것을 채점하는 방식이 아니었던가? ^^

 

 

 

 가

 나

 다

 라

 1

 

 

 

 

 2

 

 

 

 

 3

 

 

 

 

 4

 

 

 

 

 

 

채점기준이야, 교과부에서 지침을 내려 줄터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모범답안을 보고 외우게 될지도 모른다.

 

교과부에서 서술형문제의 비율을 늘이겠다는 취지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함이라고 한다.

평가방법의 개선으로 수업방법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서술형 문제를 출제를 하게되면,  학습분위기가 주입식보다는 자유토론으로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재정리하게 된다는 취지가 아닐까 한다.

 

취지대로라면,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답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업을 주도하시는 선생님들 역시 토론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

변화된 교육과정의 수업방식을 이수하신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아이들이 적응하기 까지는 몇 년의 과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교육을 잡고야 말겠다는 교육 행정 당국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한 수업방식 개선과 평가문제의 변환으로

또 다른 <서술형 만점받기 위한 사교육>이 대박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사지선다형 세대, 386 학부모들 일부는 말하고 있다.

전쟁을 치른 부모세대로 부터 교육받고,

베이비붐으로 한 반 70명,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받은

우리 학부모세대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이 아니던가?

IT산업과 방영되는 광고들을 보면, 창의적인 가장들도 많다는 증거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내는 수업에는

완전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은 긴 문장을 외워서라도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어렵다,

 

내가 <자전거도둑>을 읽었지만, 제대로된 답안을 적을지도 의문이다.

내 아이에게 어쩌면 외우기를 시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의 문제에 적혀진 모범 답안은 이랬다.

우리 아이들, 정말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다,

힘내라, 빠샤~

아울러, 어려운 수업을 진행하시게 될, 우리나라 국어선생님들, 화이팅~~^^

국어과목 가르치시기, 정말 어렵겠다며...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는 표현을 통해 인물의 마음속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남이가 짐을 꾸린 것은 도시생활을 청사하고 고향마을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자기를 도덕적으로 견제해 줄 어른이 없는 도시에 계속 머무르다가는 도둑질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는 표현을 통해

인물의 마음속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얼굴이 똥빛이었다는 것은 자기 마음속에

도사린 부도덕성 때문이며 그것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는 것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0/04/16

 

 

 

-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