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산행기(정상에서 현충탑코스)
2시 15분에 시작한 하산길은
현충탑을 지나 출발점인 애니매이션고등학교가 목표였다.
정상까지가 계속되는 오르막이었던 것에 반해
하산길은 처음부터 내리막길이었다.
산행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어려움을
무릎과 엄지발가락의 통증으로 실감을 했다.
저 앞에도 끊임없는 내리막 계단이 보인다.
로프를 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측통행을 하자는 의미로 오른쪽을 선택해
내려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내려온 길을 그들은 오르고 있었다.
또다른 님들의 오르막길을 나는 내려왔으며,
정말이지 내리막은 끝도 없는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만난 떡갈나무의 표지판
새로 난 잎으로 떡을 싸 먹는다하여 그 이름이 떡갈나무라고 한다.
**
중학 합창반에서 부르던 <아무도 모르라고>가 저절로 튀어 나왔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혼자 마시군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떡갈나무 잎이다. 떡을 싸먹으면 어떤 맛일까?
이름모를 보라빛 그녀도 담았다.
하늘을 가린 빼곡한 초록들
나란히 줄을 맞춰선 나무들의 싱그러움
그리고 짙은 향내
약수터가 보였다. 곰돌약수터라 한다.
검단선사가 은거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 외에
'검'은 '신성하다, 크다'의 의미가 있고, '단'은 '제단'을 의미하여 '신성한 제단이 있는 큰 산'이라는 의미도 전해진다 한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곰돌약수터다.
곰돌약수터에서 간택을 기다리는 바가지님들
하늘을 가린 숲 속임에도 30도가 넘은 기온이다.
하산한지 40분이 다되어 간다.
미사리조정경기장과 하남시 은행한신아파트와 풍산지구 아파트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현충탑을 지나 목적지까지 2.21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킬로미터가 남았다고
자갈길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희안한 모양으로 자라는 나무를 발견하고 멈춰섰다.
녹음속에서 발견한 집채만한 바위
그리고 내가 쵝오로 뽑은 풍경이다.
고목을 등지고 양손을 뒤로 의지한채
쉼을 선택한 나그네의 호흡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라고를 혼자 부르며 내려오는 길
수많은 소망을 만날 수 있었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소망들을 담고 있는 산세
아름다운 색과 형상이다.
그리고 내가 둘째로 꼽은 그림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그녀를 도촬했다.
내가 볼 수 있는 시야 한가득 담겨진 숲
다리는 힘들었지만 앞서가는 그들을 담았다.
쭉쭉빵빵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같은 색의 등산복을 입은 그들이 내려가고 있다.
하산길 역시 쉬운 노면은 아니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같이
이쪽 코스 역시 물을 만날 수 있었다.
0.92킬로미터 표지판이다.
이쪽으로 입산하는 등산객을 위한
안내판이 있었다.
북한강과 남한강 그리고 팔당호가 보이는 전망 좋은 검단산이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동명묘 유적이 정상 헬기장 건설로 사라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윽. 여기부터 문제였던 것같다.
들어가 자리깔고 한숨 자면 딱 좋겠다 싶었지만, 보슬비가 내려서..
패스
바라만 보아도 엔돌핀 팍팍이다.
아무리 걸어도 현충탑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옥수수가 보이고
강아지풀과 이름모를 과실나무 꽃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 현충탑이여..
상자에 새겨진 글자들이 멋있어서 잠시 멈췄고
어릴적 손톱에 물들였던 봉숭아꽃도 만났다.
그리고 백년만에 도라지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풍경이다.
나는 현충탑으로 하산하길 원했지만,
현충탑까지 가지 못하고 직전 갈림길에서 좌측 하산길을 따라 내려온 것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43이라 적혀진 하남IC쪽으로 내려왔던 것이었따. ㅠㅠ
그래서 시간은 더 오래 걸렸다.
뒤를 돌아보니, 검단산 정상이 보였다.
현충탑을 통과했어야 먹거리촌을 만나
막걸리 한 잔 했을터인데,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초이들 저녁시간 맞추려면
버스를 타야만 했다.
버스에 올라 생수병을 꺼내니
바닥에 사탕크기만한 얼음이 남겨져 있었다.
꽁꽁 얼린 생수를 구매한지
5시간 10분이 지났음에도 남겨진 얼음녀석..ㅎ
출력해간 지도를 꺼내 복기를 했다.
산곡초에서 시작할지, 애니매이션고에서 시작할지 문자로 문의를 했었으나
하차시점까지 답이 없어
버스 뒷자리에 앉은 등산객에게 물어
애니매이션고 출발, 유길준 묘소방향을 선택했었고
현충탑방향으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엉뚱한 길로 내려와
보통 1시간 30분 코스라는 그곳을
2시간 20분 걸려 내려왔다.
어쨋든 무사히 하산했음을 자축했던 그 날,
2011년 8월 6일
나 홀로 산행을 기록하는
이 기쁨이여..
집에 도착하여 직찍
이 날 이후,
등산복 구매했따. ㅋ
매주 산길도 밟았따.
정상까지의 기록은,
http://blog.daum.net/imcrazyfree/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