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등반기,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고 3을 맞으며 무슨 이유로 나를 시험하겠다며
하루 건너 1,288고지 겨울산 정상을 찍었드랬습니다.
그 때는 등산화도 없었고, 아이젠도 없었으며
바람막이 등산복도 없는채로
청바지에 운동화 홀홀단신으로 산을 올랐었습니다.
하산하는 길에는 탈 수 있는한
청바지 그대로 궁댕이 눈길에 붙히고
썰매타며 내려왔었습니다.
그래서 청바지 뒤는 하얗게 바랬던 기억입니다.
늦은 시간 산행으로 랜턴없이 달빛에 의지하여 하산했던날도 있었습니다.
꼭 30년만의 겨울산을
그 때와 같은 심정으로 계획하여 올랐습니다.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태백산,
얼마전 1박 2일에서 이수근도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는 태백산의 운해까지 담아 내려왔습니다.
올 해 액땜으로 무릎으로 넘어져 통증을 동반한 산행이었지만,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다는 하늘이 주신 선물,
깨끗한 일출과 운해를 바라보며 담은 행운으로
2012년을 가동할 에너지는 충분한듯 합니다.
2012년 1월 7일
태백산 정상에서 맞은 일출입니다
1월 6일 20시 30분
청량리역에서
여행사 가이드를 만나
일정표를 받았습니다
역사 여자 화장실에서
출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는 설레임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
저녁 9시에 청량리를 출발하여
11시쯤 제천에 도착,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자정을 넘긴 12시 30분에
태백 보석사우나에
버스 3대 분량을 내려놓더군요 ^^
45도 불가마에서 발견한 톨스토이 단편과 음료입니다
4시 30분 집결까지는
3시간도 넘게 남았으니
자거나 씻거나 버티거나
다른 선택은 없었습니다
잘만한 공간이 없더군요
옷가지를 보관하는 사물함 번호가
425번까지 있었으니
남자측 합하면 풀석 850까지는 아니었겠지만
베게도 매트도 발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45도에서 30분 버티고
피씨방에서 20여분 버티고
탕속에서 30분 버티고
보온병에 알콜 섞인 커피 담고
뭐 그러고 있다가
이른 탈출을 했습니다
3시 30분쯤 나가니
버스기사님들 대기실에 계시더군요
그 분들과 일출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강원도 사투리도 배우고..
일출볼 확률이 60%라는 말씀까지 주셨습니다
하산할 때
아이젠이 계단 고무매트에 끼는걸 조심하라는 조언도 주셨지요
짧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관광버스표 커피도 선물받았습니다
3호차 9번
뒷자리에 앉은 님이 셀카를 찍기에
저도 셀카질 따라했습니다 ^^
오전 4시 58분
드디어 태백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묵직한 카메라는 추위에 얼은겐지 작동이 안되어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5시 28분 핸드폰 촬영분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일출맞이 고객들이 얼마나 많으신지
랜턴들의 행렬이 장관이더군요
앗 그리고 저는 랜턴빛에 멀미를 했습니다 ㅋㅋ
산길이 마구마구 치솟는 느낌?
아무튼 제 랜턴은 거의 사용않고
뒤에서 비춰주는 연한 빛을 의지하여
그리고 바로 앞발자국 앞에서 걷는
앞선 님의 발자국만 밟으며 올랐습니다
정체현상도 있었지만
일찍 출발한 덕분에 여명으로 시작하는
일출을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전날 대낮 2시에 먹은 만두 3개 이후로
먹은 것이 없어서
비상용으로 가져간 사탕 2개의 힘으로
정상을 찍었습니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눈서리 내리고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쉼 없이 올랐습니다
누가 춥다했냐며 투덜대며 올랐습니다
장갑도 필요없었고
다운잠바도 벗었습니다
바지 안에 입은 레깅스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이름모를 산새들의 울음을 벗삼아
난생 처음 새벽산을 올랐습니다
오전 6시 50분
해가 뜨기 전의 빛이 등장했습니다
여명이라 하던가요
핸드폰 촬영분입니다
6시 51분 핸드폰
7시 21분 핸드폰
일출을 맞이하는 포인트에서 촬영했습니다
7시 35분
조리개와 ios 어느정도면 되려니 했었는데
동상걸린 카메라가 말을 안들어 애먹었습니다
8Kg 배낭무게에 한몫을 한
삼각대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ㅜㅜ
도착하는 순간부터 손이 시렵기 시작하는데
장난 아니더군요 ^^
해는 곧 솟아오를것 같지
카메라는 불통이지
손은 시렵지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얇은 장갑위에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등산용 장갑을 끼고나니
그나마 온기가 돌았습니다
그렇게 뻘짓하고 있다보니
우와 하는 함성과 함께 해가 오르고 있었습니다
0739
일출맞이 고객님들 사이로 저 멀리서 그가 오릅니다
조금 더 위로
0740
주목과 함께 담겠다며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ㅜㅜ 흐흑 카메라군이 제맘같지 않더군요
7시 43분 핸드폰
시간이 없어 핸드폰으로 다시 담았습니다
0743
해가 오르고 나니
저 멀리서 운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수근도 못봤다는 운.해.
주목과 함께 일출을 여러가지 구도로 담아봅니다
조금 다른 느낌
조금 다른 색감
0749까지 5분여 셔터질을 했습니다
물론 오른손은 장갑을 벗은채로 말입니다
손가락 추워서 고드름되는줄 알았습니다 ^^
7시 49분 핸드폰으로 아쉬움을 채웠습니다
7시 50분 핸드폰을 모르는 일출고객님에게 드리면서
한 장 부탁했습니다
잠 한숨 못잔 빈 속의 궁핍함이 느껴지는군요^^
발길 옮기려 뒤를 돌아보니
일출 포인트 대만원입니다
운해를 담아보자며 잠시 더 있기로 했습니다
자리를 조금 옮겼습니다
서쪽 방향의 모습입니다
우와 이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천제단이 저 앞에 보입니다
걷는 사람들
그리고 운해가 아쉬워 다시 멈췄습니다
입으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장관입니다
산들은 섬으로 보이고
바닷가에 서 있다는 착각도 들게 합니다
LNG 인수기지를 연상케 했던 저멀리 구름바다입니다
소망을 담은 많은이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0809
태백산 정상 이정표에 도착했습니다
줄을 서서 인증샷을 담고 계시더군요
0813
당골광장을 향한 4.4Km의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원없이 볼 수 있다던 눈을
원없이 밟았습니다
카메라 노출공부는 엄청했지 싶습니다 ^^
라면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시는 분들 꽤 계시더군요
용정이 있는 곳이 저 아래 보입니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 갔다면
아치형 눈꽃 나무들을 담았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용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 1,470미터에 위치한 샘이라고 합니다
천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식수라고 합니다
망경사 앞입니다
다시 운해를 보았습니다
그룹도 있었지만
혼자 걷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나홀로 걷는 나를 눈밭에 내려봅니다
간만에 만난 이정표입니다
뒤를 돌아봅니다
춥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얼마나 많은 눈이 쌓여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썰매위험 현수막도 있더군요
찬란하게 빛나는 눈꽃들 앞에서 자동멈춤했습니다
산을 오르며 보았던 별들이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찍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니콘군이 주제가 뭐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그냥 찍습니다 ^^
정말 썰매타는 분 계시더군요 ^^
당골광장까지 2.2 남았으니, 절반은 내려왔습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고
인공의 계단도 걸었습니다
무릎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뭐 쉼없이 셔터질하며 노래하며 내려걷기 했습니다
눈내린 계곡
뽀드득 뽀드득 그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그 눈길입니다
그러고 보니 밟기만 했지 만져보질 못했군요
독야청청 낙랑장송
등산객 없는 눈 길도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멈춰 서 나의 기특한 두 발도 담았습니다
당군성전을 오르는 계단입니다
단군 할아버지의 영정이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빛을 조였어야했는데, 아쉽습니다
태백산 석장승이라고 합니다
태백산 눈축제를 준비중이라 합니다
태백 석탄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8년전 여름에 가 본 곳입니다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태백산 눈축제가 열린다는 팜플렛까지 비치되어 있습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패스.. 몰래 찍다보니 꼬라지가 이렇습니다
매표소를 빠져나와 뒤를 보았습니다
10시 28분
오를 때는 정체현상으로 2시간 20분
내려 올 때는 무릎통증으로 2시간 15분
정상에서 일출 기다리며 기다리는 시간 포함
5시간 30분만에 식당에 앉았습니다
주머니에 있던 것들을 꺼내니
카메라 렌즈의 습기가 그대로 담아집니다
1회용 비닐장갑과 일정표 그리고 고깃한 돈
곤드레비빔밥을 선택했습니다
서울에서 1만원주고 먹었던 기억인데
이곳에서는 8천원 하더군요
보온병의 커피에 첨가한 알콜을 후식으로 마셨습니다
12시 50분 집결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
청소년수련원 방문하여 실장님과 놀았습니다
제천역에서 2시 55분 청량리행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도촬이라 흔들렸지만
어르신의 굽은 허리와 그림자
그리고 당신의 기다림을 담고 싶었습니다
제천역 화물기차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담소를 나누는 이름모를 친구들의 웃음
몸은 피곤한데 버스에서 기차에서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원주역을 지나고
4시 56분 핸드폰으로
청량리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 들으며
나를 담았습니다
5시 11분 청량리 역사를 나오니
아침에 태백산 정상에서 보았던
바로 그 해가
서쪽하늘 땅끝으로 내려 앉고 있었습니다
무사귀환을 축하해 주는 자리에도 앉았습니다
제이
술 잔을 마주하고 두 제이가 앉았습니다
순대국은 몇 숟가락 떠 먹었고
그녀가 먹자는 치킨은 먹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얀 무는 먹었습니다 ^^
아이젠, 렌턴까지 갖췄으니
이제는 새벽산
겨울산도 가능한 모드입니다
새로운 나의 발견
슬픔도 경험한 가시나무(자우림버젼)의
무박 3일 여정을 기록하며,
2012/01/08
-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