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가는길,

검단산의 일몰,

미친자유 2012. 2. 3.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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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태백산을 걷고 난 후

사무치게 눈 내린 산 길이 그리웠었다.

 

그리움을 실천한 날은

설 연휴가 끝나고 서울에 눈이 내린 다음날이었다.

검단산 정상에서 일몰을 담을 계획으로

배낭에서 삼각대와 점퍼를 꺼내고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집을 나섰다.

 

 

 

5시 37분에 본 일몰

 

 

 

 

 

0418

애니매이션고등학교에서 현충탑 방향으로 마음을 정했다

하루 사이에 눈은 이미 녹아있었다

 

산중턱에 이르면 눈길이리라는 기대로

겨울나무 향내를 호흡하며 발길을 옮겼다

 

보이는 데크의 계단이 하산할 때는 최악이었다

 

 

 

겨울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겨울나무의 향내는 참, 좋다

 

 

 

 

약간의 눈이 남겨져있는 산길

 

 

 

 

0426

검단산 오르기 세번만에

드디어 현충탑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렌턴을 켜고 하산해야 하기에

갈래길에서는 조금 더 신경을 쓰며 걸었다

 

 

 

0433

오른쪽으로 지는 해가 보인다

기상대에서 예보한 일몰시간에 적당히 맞추기 위해

내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걸었다

 

정상에서 기다림은 추위와 싸워야하기 때문이었다

 

 

 

 

 

좌측으로 보이는 계곡은 꽁꽁 얼어있었다

 

 

 

 

어슴프레 어둠이 내릴 준비를 하는 산길이다

 

 

 

 

조금 더 올라도 뽀드득 밟을 수 있는 눈길은 보이지 않았다

 

 

 

 

소망의 탑에 쌓여진 녹지 않은 눈을 담았다

 

 

 

 

성글게 생긴 돌들을 피해 한걸음 한걸음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10여분 본듯하다

 

 

 

 

흐르는 물이 어는 시점은 언제일까?

 

 

 

하산하는 분께 궁금하여 질문을 했다

<정상에는 눈이 있나요?>

 

<아뇨 다 녹았어요>

 

급실망

하지만 일몰은 담아야겠다며 고고

 

 

 

 

0459

정상에서 다시 보자며

서쪽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해에게 인사를 건넨다

 

 

 

 

 

 

0500

 

다섯시

흐린 하늘이라 제대로된 일몰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든다

 

 

 

오랜만에 하산하는 님을 만났다

 

 

 

 

약수터가 보인다

 

 

 

 

0514

약수터 시계는 조금 느리다

한바가지 수분 보충

 

 

 

약수터의 물은 다행이 얼지 않았다

 

 

 

0516

약수터를 등지고 보이는 서울시 전경이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이 보인다

 

 

 

이곳은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장소

 

 

 

잣나무 숲이라는 이정표를 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정말 잣나무들이 빼곡하게 꽂혀져있다

 

 

 

 

0530

 

정상에 도착하면 제대로된 일몰을 볼 수 있겠다

 

 

 

돌멩이와 바위 정말 많다 검단산

 

 

 

0537

왠지 마지막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담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0545

검단산 정상을 밟기 직전 보이는 산새들

 

 

 

 

0547

검단산 정상 도착

막걸리와 아이스케키를 파는 아저씨도 없다

 

 

 

 

정상에는 나홀로

 

 

 

 

0551

나홀로인 덕분에

정상바위랑 기념촬영도 했다

 

모자엔 하얗게 땀이 보인다

 

 

빛이 사라지기전 담아야한다며,

 

 

 

두물머리쪽이다

 

 

 

한강하류쪽을 바라보며

 

 

 

팔당대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두물머리

 

 

 

아, 이쁘다

색이 참 곱다

 

 

 

0553

서쪽하늘을 담았다

 

 

 

 

예감대로 육지와 만나는 일몰의 순간은 흐린 하늘로 볼 수 없었다

 

 

 

이정표를 찬조출연시켜 다시 한 번 하늘담기

 

그리고 나무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

배낭에 넣고 올라왔던 다운점퍼를 꺼내입기

하산에 필요한 렌턴을 꺼내기

 

으악!

 

렌턴이 없다

핸드폰 밧데리도 방전이 되어

여유분으로 가져간 밧데리로 교체

 

어둠이 내리기전 가능한 빨리 하산해야겠다고 결심한다

119 부르는 일은 없어야한다며,

올라오며 익숙해진 코스를 빽하기로 결정했다

 

 

**

 

 

 

무릎의 통증으로 하산시 평균치 시간보다 더 걸리는 내가

통증을 무시하고 뛰다시피 걸었다

 

올라오는 등산객을 만났다

<이 빛이 언제쯤 사라지나요?>

<6시가 넘었는데 금방 어두워지죠. 렌턴 없으세요?>

<네에 제가 렌턴을 두고 왔나봐요>

<길이 좋은편이니 조심해서 천천히 내려가세요>

 

그리고 렌턴을 들고 올라오는

고등학생 둘을 만났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그들이 물어왔다

<한 20분쯤이면 될거예요. 계속 계단식 오르막이예요>

 

렌턴을 들고 있는 그들과 다시 올랐다가 내려올까?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려 하산할까도 잠시 생각했다

 

생각하면서도 힘차게 걷기

 

그러다 좌측으로 보이는 거대한 불빛을 만났다

한시가 급하게 내려가야함에도 배낭에 넣었던

카메라를 꺼냈다 (미쳤어)

 

 

 

 

 

0619

촬영시간을 보니

약수터까지 20분이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0516

한 시간 전의 모습이 이랬던 곳이

밤에는 빛으로 아름다워진다

 

 

 

 

방전될까봐 비상시를 대비해 꺼두었던 핸드폰을 켜서 담았다

 

 

 

올림픽대로가 불빛으로 보인다

핸드폰이 불통이라 촬영시간이 2007년 1월 1일로 기록이 되었다

 

**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쩌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움찔하기도 하면서

국민학교 이후

밤에 대한 공포가 느껴진다

 

현충탑을 지나며 기억했던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우회전

 

어둠 속에서 뉘 집 개가 나를 향해 짖어댔다

풀어놓은 개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야맹증이 있는 나에게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나무데크의 계단을 확인하기 어려워

도착 직전에는 핸드폰 불빛의 도움을 받았다

 

 

 

 

1시간 5분만에 어둠을 뚫고 하산

하산기록으로 최단시간을 기록했다

 

 

아 다음부터는 배낭물건 제대로 챙기자

배낭속 아이젠은 꺼낼 일도 없었지만

삼각대를 꺼내며 동반 아웃되었던 렌턴 덕분에

 

제대로 반성했던

검단산 나들이를 기록하며,

 

 

2012/01/26

 

 

-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