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돌아보기,

길었던 그날의 첫경험,

미친자유 2012. 5. 2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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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지?

무에 그리 말이 고팠을까?

아니 말이 고픈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어서 환장하던 날이었다.

 

5월 18일..

광주민주항쟁의 날이기도 했고,

이지문 중위의 <군부재자투표 부정고발>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학 3학년 겨울, <나의 고발>도 떠올라 힘들었다.

 

간만에 몰입하여 에듀파인시스템의 숫자들과 싸움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무거움이었다.

그리고 남녀를 떠나 쪼잔하게만 느껴지는 그네들의 행동에 극도의 화가 치밀기도 했었다.

내가 당사자이기에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갑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이 고팠던 그 날,

야근을 결심하며 불켜진 작은방에 혼자 있을 때

송ㅇㅇ 어르신께서 자장면을 먹겠냐고 물어봐 주셨다.

완전 감사한 마음으로 활짝 웃으며 생각하지도 않고 <네>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미혼의 그녀와 함께 셋이서 맛있는 자장면 반그릇을 먹었다.

먹기보다는 지난 몇달 쌓아놓은 교육 관련 이야기를 비롯하여

산길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름망 없이 내놓는데 집중했다.

나는 시민이니깐 편안해도 되는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식음전폐하고 홀로 야근하겠다는 내게 위문단이 왔다.

더치페이 각 일병에 양평해장국 한그릇..

좋은 이야기만 하라는 친구에게 오늘은 안되겠다며

귀막고 들으라며 <다다다다> 풀어 놓고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수첩을 펼쳐 그 년이 나쁘다고 적었다. (별짓 다한다)

 

 

그런데 그 놈의 술이 즐기는 술이 아니라

맞짱 뜬 술이었다. 화가 나서 마시는 술.. 음 역쉬 나의 내공 부족이라는 생각..ㅜㅜ

 

평소의 일병은 그야말로 만만콩떡이었는데,

그 시간의 일병은 다음날까지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냥 담고 있었어야 했나보다.

내 마음에서 두 마음이 쌈질하다 결국 뱉어내고 말았지만,

나머지 남은 마음이 아파서 슬펐던 모양이다.

 

그 슬픈 마음으로 마을버스를 탔는데 잘못 내려 막차를 놓쳤다.

동에서도 서에서도 나는 길을 잃었다.

 

결국 집근처까지 못오고 약수가 종착역인 전철에서 내려

순간 고민을 때렸다.

 

초이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할 시간으로는 너무 늦었다.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드로 계산하면 핸드폰 알람이 울릴 것이다.

내 꼬라지 들키기가 싫었다.

 

그리하여, 나의 선택은 무조건 걷기!

약수역에서 아파트 정문까지 2시간을 걸었다.

도착하니 2시 50분,

산길 걷기로 훈련이 된 다리덕을 많이 봤다. ㅎㅎ

 

하이힐이 아니었음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 짧은 일기를 적었다.

 

페북에 적은 나의 일기 전문

 

<그래도 이제 막 집에 들어왔다

걷는것만큼은 쓸만한가보다 ^^>

 

정말 길었던 하루,

송ㅇㅇ어르신, 감사합니다.

그리고 위문, 고마워..^^

 

 

2012/05/18

 

 

- 처음처럼

 

 

 

 

 

서울시교육청 담벼락 앞에서 만난 이름모를 새

 

 

 

셔터소리에 날아간다

 

 

 

더치페이 양평해장국

 

 

 

 

수첩놀이

 

 

 

 

야심한(^^) 청계천

 

 

 

 

사람없는 길은 두려움도 없다

 

 

 

우리집이 가까워진 청계천

 

 

 

아파트 정문에서 기념촬영 ㅋㅋㅋ

이 나이에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요즘 참, 많다

 

 

**

 

오늘도 종일 숫자와 싸워야하고 100분토론도 봐야한다

하여, 일요일 산행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내 눈좀 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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