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감이었던 원고를 연기해두고
아직도 시작을 하지 못한채, 내 일기를 적는다.
빌트인이 제법 많은
이 곳으로 이사온지도 1년이 되어간다.
그러면서도 손 하나 대지 않은 것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식기세척기였다.
음식물분쇄기, 정수기, 오븐,
반찬냉장고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올해는 에어컨도 켜지 않은채
여름나기를 했다.
아이들은 <뭐야뭐야 에어컨은 장식품이야 우리집은?>
이라며 투덜대었지만,
선풍기 2개로 4식구가 여름을 났다.
15층이라는 이유로
통풍이 잘되는 자연바람 덕을 꽤나 본 편이다.
**
일정이 겹쳐지고 이동거리가 많았던 이번 주였다.
지난 주말 MT에서 4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 티를 내느라
어김없이 손가락에 습진이 생긴 이유도 있었지만
씽크대 가득 쌓여진 이틀분의 그릇들을
설거지해야하는 것과
북한산둘레길 일기를 적는 것
어느 것을 먼저할까하다가
갑자기 식기세척기가 생각나 시험삼아 가동을 해보자 맘을 먹었다.
마침 샘플로 들어있는 세제가 있었다.
사용설명서 대~충 읽고
<과연 저것이 내 손만할까?>를 의심하며
60분 가동하는 동안
나는 룰루랄라 산행기를 적을 수 있었다. ㅎ
설명서에는 손으로 하는 것보다 깨끗하며
물을 보다 절약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기요금은 어쩔건대?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기대와 함께 결과물을 열었다.
미역국은 오래 끓일수록 감칠맛이 난다.
하여 냄비가장자리는 잔여물이 남기 마련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 냄비였는데,
역쉬이.. 세척기가 그 잔여물은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그릇들은
완벽했으며, 건조까지 된 상태로
보여지니 나름 만족스러웠다.
근데 뭐 미끌거리는 그릇들 줄맞춰 넣느라
허리를 굽히는 것도 귀찮구..ㅎ
그릇을 꺼내느라 허리굽히는 것도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간사함은 뭔지? ^^
빌트인으로 시공하는 시공사에 제안한다.
주부들 키높이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하시라.. ^^
**
국민학교때 엄마가 집에 세탁기를 들이고도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저 아이들 큰바지와 탈수기 정도를 사용했었는데 나 역시 그 당시 세탁기를 믿지 않았다.
지금은 냉온수기 겸용으로 출시가되지만, 그때는 냉수전용이었고
탈수를 하기 위해선 옆 칸으로 세탁물을 옮겨야만 했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내 빨래는 내가 해 입었는데, 아니 부모님것 빼고는 내가 했던것 같다.
손으로 빨래판에 에벌빨래를 하여 헹굼기능과 탈수기만 사용했었다.
그러다, 화가 치미는 날이면, 헹굼까지 손으로하는 것으로 나의 화를 풀어냈었다.
그러던 나는 세탁기 애용가가 되어있다.
결혼하며 장만한 대우세탁기 냉온수기전용모드를 19년째 사용중이다.
그리고 모든 세탁물은 세탁망을 사용해서라도 세탁기에 의존하고 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가사용품이다. 다 팔아도 세탁기는 안 팔 작정이다. ㅎ
식기세척기에는 아직 물음표를 던진다.
4식구 함께 먹는 날의 설거지도 그닥 많지 않으니, 별로 사용할 일은 없을 것같다.
그리고 손빨래를 하면서 풀던 화풀이 방법은
혼자 영화보기, 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앉아있기,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하기를 거쳐
지금은
일기 적는 것, 가끔은 취중 일기 적는 것과 산길 걷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시월의 첫 날이다. 국군의 날이다. 하늘이 맑다. 산에가기 딱 좋은 날이다.
따리 중간고사가 어제 끝났다. (죽쒔따) 아드리는 오늘부터 시험이다.
** 어제 저녁 라면을 먹겠다며 아드리가 냄비 어딨냐며 물었다.
내것까지 끓여주면 어딨는지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녀석이 세척기에 있던 냄비를 찾아내더니 한 마디 한다.
<엄마, 식기세척기는 아니야.. 역시 설거지는 손으로 직접 해야해.>
<그래 맞다. 앞으로 니가 먹은 그릇은 니 손으로 직접 해라..ㅋㅋ>
2011/09/26
-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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