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서오다,

흐린 가을 하늘에,

미친자유 2012. 6. 28. 23:52

 

 

 

 

 

 

 

1.

 

흐린 가을하늘에

 

포플러나뭇잎 흔들거리는 바람소리로

편지를 쓴다

 

 

 

무채색의 하늘은

작은 가슴, 바람으로 적기에

충분하다

 

 

비가 내리면,

흐린하늘에 적은 내 마음

다 씻겨버릴 것을 알면서도

 

가을아침,

가을하늘에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2.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곳에 네가 살아 있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던 기와 밑에서

너는 하늘보고 자라고 있었다

 

 

 

 

3.

 

세상이 무서워서

세상이 끔찍해서

사람이 아파서

긴 세월 두껍게 입었던

'미움의 껍질옷'을 벗어보려 한다

 

 

아무도 찾지 않던 기와장 밑

허름한 그곳에서 나를 피우려 한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좋겠다

흐린하늘에 솜털같은 바람

세월묵은 기와장 냄새

오늘은 비에 취할 것 같은 예감

 

길지도 않은, 짧은동안

그렇게 내가 머물다 가련다

 

 

4.

 

오늘도 이렇게 뜻 모를,

나도 모를 글자로

너에게 편지를 적는다

 

비가 오면, 사라져 버릴

흐린가을하늘에 편지를 적어본다

 

 

2004/10/18

 

 

- 미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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