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흐린 가을하늘에
포플러나뭇잎 흔들거리는 바람소리로
편지를 쓴다
무채색의 하늘은
작은 가슴, 바람으로 적기에
충분하다
비가 내리면,
흐린하늘에 적은 내 마음
다 씻겨버릴 것을 알면서도
가을아침,
가을하늘에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2.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곳에 네가 살아 있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던 기와 밑에서
너는 하늘보고 자라고 있었다
3.
세상이 무서워서
세상이 끔찍해서
사람이 아파서
긴 세월 두껍게 입었던
'미움의 껍질옷'을 벗어보려 한다
아무도 찾지 않던 기와장 밑
허름한 그곳에서 나를 피우려 한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좋겠다
흐린하늘에 솜털같은 바람
세월묵은 기와장 냄새
오늘은 비에 취할 것 같은 예감
길지도 않은, 짧은동안
그렇게 내가 머물다 가련다
4.
오늘도 이렇게 뜻 모를,
나도 모를 글자로
너에게 편지를 적는다
비가 오면, 사라져 버릴
흐린가을하늘에 편지를 적어본다
2004/10/18
- 미친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