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고 나면,
빛이 있었어
엄마는 '아침'이 된거라고 했지
눈꼽 매달린 눈을 비비며
엄마가 차려 준 밥
'아침밥'을 먹었어
어느 때가 되면,
점심이라면서 '점심밥'을 먹었지
아침, 점심, 저녁을 식별하기가
나는 너무 어려웠어
오전, 오후라는것도 말이야
밥이라는걸 먹어야 했는데,
아까 먹은 밥이, 점심밥인지 ,아침밥인지
똑같은 밥에 왜 이름을 다르게 붙혀 놓은걸까
컴컴해 지면, 엄마는 자라 그랬어
내가 다섯살 될때까지,
엄마는 일곱살의 오빠와 나 사이에 누워,
우리가 잠이 들때까지
자장 동요를 쉬지 않고 노래했었지
엄마의 입에서는 어떻게 그 많은 동요들이
쉼없이 나오는걸까
캄캄한 방에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눈을 뜨면, 빛이 있었던거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자야했던 것 처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찾아왔던 햇빛
**
동쪽바다를 가고싶다고 엄마를 졸랐어
엄마는 뜨는 해를 봐야한다면서
캄캄한 밤에 나를 깨웠지
구름때문에 해가 올라오는게 안보이나봐
그렇게 엄마가 말했을때,
갑자기 아주 커다란 해가
바다속에서 솟아 오르고 있었어
엄마는 '이제 아침이야'
그렇게 말을 했지
여섯살 여름 꽂지바다에서 보았던
해가 바다속으로 빠지는 모습이 생각났어
해가 바다밑으로 빠지면,
고기들이 뜨거워서 도망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여섯살 꽂지바다
**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해
규칙적으로 왔다가 사라지는
둥글고 커다란 불덩어리..
그의 기운으로 살아 낸거였다는...
떠오름과 사라짐..
그 순간만을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나뿐은 아니겠지
'낮'과 '밤'의 시간기준,
'낮'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와 함께 하면서도
그의 존재를 잊고 살았던거야
그가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나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거, 알아?
중독되면,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그를 보며,
나의 긴 하루가 끝나는 날,
내가 세상밖으로 들어가는 날,
나의 사라지는 순간도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기억되면 좋겠다는...
나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느끼지 못하는
기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담는다.
/중독/중독/중독/
나를 위해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2004/10/15
- 미친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