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서오다,

뜀박질을 멈추며,

미친자유 2012. 6. 30. 01:28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11년만에 만나는 그녀를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을 그녀에게

 

나의 모습을 어찌 보여줄지 걱정스러웠다

하이힐 신어본게 언제였드라

 

미니스커트를 입을때도

한여름임에도

통굽앵클부츠를 고집하던 내가

하이힐에 어울리는 의상을 골랐다

 

연한 연두색 원피스를 입었다가 벗었다

신부의 드레스와 대조되는 블랙투피스

길이가 무릎아래인 스커트를 입는 순간,

 

나는 기절 직전의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4개월,

미니를 입을때는 몰랐던 사실..

왼쪽 장딴지가 눈에 띌 정도로

근육이 불어나, 짝다리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뛰기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간 뛴 거리를 합산하니,

50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거리가 나온다

8월엔 매일 3킬로미터

9월부터는 5킬로미터씩 달렸으니 말이다

 

추워지면서, 거르게되는 날도 있지만,

3킬로미터씩 달린 후 걷기를 꾸준히 한 결과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내 다리의 각선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말았으니,

 

이제는

당분간

뜀박질에 대한 열정을 멈추려고 한다

맥주병으로 왼쪽 장딴지를 맛사지하면서

달리던 시간을 소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각선미를 포기하고,

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필요한

뜀박질을 선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열나, 고민중이다 

 

 

**

 

 

 

'친구야, 나 기억하니?'

'어떻게 알고 왔어..?'

'어쩜 그대로니..' (그대로긴.. ㅡ.ㅡ)

'네가 결혼할줄은 몰랐다.. 정말..'

'아이들 가르치니?  기자분위기네..'

 

 

그렇게 11년만에 만난 친구와

짧은인사를 했습니다

 

그녀의 바램대로 변호사 된 그녀와

다른 길에 있는 내가 말입니다

 

 

버버리코트에 카메라가방을 들어

기자분위기를 낸 의도는 맞아 떨어졌나봅니다

 

 

 

그녀에게도 이제는 '친정아버지'가 되신

그 님의 한마디에, 연회중 그녀가 울고 나왔습니다

 

신부는 대기실에 들어 가 화장을 고치고,

안절부절 신랑은 대기실 앞에서

담배 한가치를 서둘러 태웠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려는 마음이

평생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불 켜진 누드 형광등 한 쌍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살뜰한 부부의 이름으로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 전에,

엽기적으로 찍은 결혼식장 풍경을

편집하려고 합니다

 

 

성질 나만치 더러운데,

모스튜디오에서 나온 전문 사진촬영기사님의

눈에는 띄지 않는 결혼식 풍경..

 

내가 찍은 사진보고,

얼마나 씩씩거려댈지, 생각만 해도 ㅋㅋ

아니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초상권보호차원에서

이쁜 그녀의 모습은 게재할 수 없는,

 


- 미친자유

 

 

200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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