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흔적을 카메라에 담으며,
누구의 흔적인지는 궁금해하지 않기로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세상에서 발견한
다른 흔적에 대해서는 말을 참을 수 없음입니다
이미 방송매체와 인터넷으로 알려진
훈련병인분사건을 보고, 동시대 동토에 살고 있는 나로서
그 격분함을 이곳에 저장합니다
치욕스럽다는 것을 경험치 못한 사람들 조차도
이번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노를 했으리라는 짐작도 해 봅니다
물이 공급되지 않는 훈련소의 화장실,
누군가 볼 일을 보고, 처리하지 못한 것을 두고,
결벽증에 가깝다는 모대위는 훈련병을 소집해,
집게손가락으로 그것을 찍어 입에 넣게 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입니다
편지를 보낸 훈련병은 다행스럽게도 그 맛을 보지 못한 훈련병이었으나,
친구에게 보낸 편지속에 다른 중대의 이야기를 폭로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아마도,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없었다면,
제보받은 MBC의 보도와 후발 보도 그리고 타방송매체와 신문지면으로
그쳐졌을 일이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글자로 된 보도를 실시간 접하고 있으며,
격분한 네티즌들의 글자들을 공유하는 세상입니다
미친자유 또한 이렇게 그 날의 토할 지경의 울렁거림을
이곳에 저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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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자와는 상관없이,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하여,
자신이 약하다는 혹은 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날아 오는 주먹을 받아들여만 하는 그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부모지간, 동급생, 군 조직, 사제지간, 심지어는 부부지간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이든, 힘에 의하여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폭력, 단체기합 보다 더한 이번 사건의 가해자 모대위,
그에게 집게손가락으로 인분을 묻혀
그의 입에 넣게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용서모드,
그렇게 소집하여 처벌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자신의
자술서를 보지 않은 지금은,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음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개똥을 개가 먹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암소똥를 코앞에 둔 수소는 활짝 웃는다는 것을
스폰지라는 프로를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암소똥에는 이성을 자극하는 페로몬성분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우리는 소가 아닙니다
인분의 맛을 보여, 다시는 배설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동파로 급수가 안되는 화장실을 체크하지 않은채,
내 애인, 내 아들, 내 아우, 내 오빠에게 똥을 먹였다면,
직속부하들의 참을 수 없는 맛보기에 그 또한 동참했어야 할 것입니다
혹시 모대위 또한,
훈련병시절, 그런 상황을 명령받아, 명령을 수행했던 아픈기억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우리는 소가 아닙니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지 못한채
당했던 지난 과거의 아픔을,
내가 힘이 생긴 위치라 하여,
그 아픔을 다음세대에 대물림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우리 땅의 피끓는 청년들의 분노에 머리를 숙입니다
그의 부모, 애인, 가족들에게도 머리를 숙입니다
국방부장관 머리숙여 사과한 그것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분단 우리땅에서 남자로 태어난 이유로,
인생의 푸르른 시절, 푸른제복을 입어야만 하는
우리땅의 남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제도하에서 그런 치욕을 견뎌야만 했던,
아픔을 경험한 과거의 피해자들에게도
머리를 숙입니다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몇님들에게도 악수를 청합니다
내가 준 고통으로 힘들어했을 몇님에게도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소가 아닙니다
2005/01/24
- 미친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