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서오다,
조상님은 만나지 못해도 성룡은 만난다는
어느님의 말씀처럼,
명절은 이미
예전의 그 명절이 아닙니다
어릴적 방학보다도 더 짜릿함을 주었던 명절
명절빔, 기름진 음식, 방문객들이 주시던 용돈 얼마...
그런 기대도 사라진 지금의 명절,
그래도 최소한의 의미로 남은 것은,
가신 님들과 만난다는 것,
살아있는 님들과 짧은시간이라도 만난다는 것,
세계 어느 곳에도
이렇게 망자와 산자가 만나는 의식으로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차가 막혀 도착이 늦었더라도
음식준비를 하시던 고향의 엄니는
그저 와 준 것 하나로
마음을 열어 반겨주시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고향땅에서 만난 옛친구들과의
대포 한 잔에서도
세상만사 시름을 잊을 수 있는 날입니다
짧은 만남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바리바리 챙겨주신 고향땅 엄니의
마음 담겨진 음식들을 챙겨 넣으며
엄니는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 먹으라며
꼬깃한 쌈짓돈 고쟁이에서 꺼내 주실테죠
엄마, 자장면이라도 마음 편히 시켜 먹어..
그러면서 하얀봉투에 넣은 얼마되지 않는 돈을
건네는 자식도 있겠지요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에서도
엄니는 관심없는 텔레비젼을 틀어놓고,
밤새 영화를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거실 한켠 소리나는 텔레비젼 소리를
자식의 소리로 반겨 주시는
그런 엄마이실 것입니다
올드보이, 말죽거리잔혹사
둘 다 보지 못한 영화인데,
아무래도 올드보이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
고향땅, 엄마의 땅입니다
편안한 휴식의,
푸근한 만남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2005/02/07
- 미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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