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시점에서 12년 전의 메모였으니
2010년 시점에서는 21년 전의 메모이다.
1989년 내 아버지가 가셨다,
오래된 일기장을 뒤지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보인다,
그만큼 그리워하며 살았다는 것이리라.
아직도 내 마음의 큰 기둥이 되시는 아버지,
보고싶다, 아버지..
- 처음처럼
[일기] 12년전의 일기 2001.03.16 20:03
<最新 貿易英語>
지난 주말,
남편의 회사일을 도와줍네 하며,
책장에서 찾아 낸, 무역영어 책 한 권을
다시 넣지 않은 채,
컴퓨터책상에 두었었다.
딸이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내가 엄마역할을 하는 역할 놀이를 하는데,
(역할극은 '엄마는 엄마해..나는 선생님할게...' 이런 약속이 필요없이,
주로 딸네미가 하는 첫마디에 따라 내가 따라가는 입장이다)
아이가 처음 하는 말,
"어머니, 이것 집에 가셔서 꼭 읽어 보세요... " 하며,
편지같은 것을 내게 내밀었다.
"피에 흥건히..." 다섯살된 딸아이가 읽기 시작하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아, 잽싸게 낚아 채었다.
A4 용지에, 도트프린터기로 출력한 활자들...
피에 흥건히 적시어진 시트카바를 뒤로하고
병원을 떠나는 호흡을 잃어가는 사람.
그리고, 그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젊은 의학도의 내려진 흰까운.
죽음으로 밖에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그의 가까운 이웃들의 흐느낌의 절규가
스무살을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나의 일부임을 발견한다.
직업의식으로돌린다는 것은
아닌 듯하여
이제는 존경하기로 한다.
'89년 5월 푸르른 하늘 우러르며...
투병중인
내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죽음에 대해 미리 연습하기 위하여,
그리고
나 스스로 답답하고, 내가 한심스러울 때,
즐겨 찾던, 종합병원 응급실 앞 벤취에서 느꼈던 것을
적어 놓았던 것 같다.
그 해 가을,
내 아버지는 하늘로 가셨다...
그렇게 죽음을 연습하였건만,
나는 아버지의 시신을 만질 수가 없었다.
염할때 보는 것 조차도 너무 무서웠었다.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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