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체의 자궁에 머물다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아직은 숨을 쉬고 있으며,
보고 듣고 걸을 수 있으니,
노래할 수 있으니,
그저 이 순간에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감사의 대상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집에서 컴퓨터 하나로 시작했던 일,
사무실 분위기 낸다면서
코발트블루의 벽지를 발랐던 것이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오늘, 다시
집으로 들여왔습니다
**,000,000만원 어치는
지난해 가을 거저 주다시피 처분을 했지만,
멀리 바다 건너 비행기 타고 온,
그 놈들은 차마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했던 내 공간으로 다시 들여왔습니다
살아내기 힘들었던 지난 한 해의
유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녀는
진통을 느껴 남아를 출산하고,
탯줄을 내 손으로 잘랐습니다
배꼽으로 아무러질 그 부분엔,
명주실로 칭칭 감았습니다
그녀는
나오지 않는 태반을 기다리다,
태반을 꺼내 줄 응급실을 찾아
운전을 했습니다
태어났음에도 울지 않는 갓난아이의
울음이 듣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울었는지,
그녀의 자궁에 있던 태반이 무사히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미친자유의 일탈이 꾸었던
꿈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ㅡ.ㅡ
박완서님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고,
두 여자의 '가임욕구'에 대해
심각히 생각했던 이유로
그런 꿈을 내게 불렀던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모체자궁속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참 살기 어렵더군요... ㅡ.ㅡ
내 품으로 다시 돌아 온,
나의 분신들이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엄마의 자궁속은 아니지만,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굶주리고 헐벗은채 찾아가도
엄마는 나를 반겨주실 것 같습니다
2005/01/15
- 토요일 18:21 미친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