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천호대로를 건넜다지만,
진눈깨비가 내리쏟은 어둠 때문에
며칠 전 포스팅한,
삼각형라인의 대림아파트는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함박눈을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만났습니다
눈길 밤운전,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등을 치켜 세우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앞서가는 차량의 행렬에
뒤에 오는 차량에게 속도변환암시등으로 싸인을 보내고,
기막히게 눈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를 담았습니다
셀 수 없는 눈의 형상들 속에서
시속 20Km이지만 나는 정지된 느낌...
지난 해 3월의 폭설이 생각났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으로 10시간을 갇히게 된다면,
물은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건너편의 풍경까지 담았습니다
저녁 6시가 되기전 그 무렵의 색깔 그대로를
이곳에 저장합니다
흐르는 음악 무시하고, 교통방송으로 돌렸으나,
교통방송에서도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금 후,
추월차선의 차량들이 주행차선으로 이동함을 느꼈습니다
진행방향과 90도로 틀어져
중앙분리대를 향해 정지한 트럭과
트럭과 같은시간 운명을 같이 한 승용차가 보였습니다
내게 양보하는 차량의 핸들마저
미끌어진다면,
나는 어느 방향으로 돌아서게 될지가 궁금해지면서
안녕을 기도했습니다
말초신경 모두를 곤두세운,
집중운전을 꽤나 했지 싶어 시계를 보면,
겨우 5분이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30분과 같은 5분...
방금 지나친 사고현장에 대한 멘트가 들렸습니다
눈길의 운전은,
운전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자연의 순리가 핸들과 타이어를 운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해 부터 눈길 운전은 피하고 있었습니다
**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투표레이스를 바라보며,
이 또한 순리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순리를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내 운전방식, 그대로 유지하며,
2단으로 기어를 옮겨봅니다
교통방송없는 이 레이싱,
톨게이트는 아직 멀었지만,
청바지 주머니속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봅니다
2005/01/20
- 미친자유